출발 몇 분 전, 시동을 걸고 내비 화면을 켰더니 폰 배터리가 한 자릿수로 떨어져 있는 날이 있습니다. 정작 케이블은 전날 밤 집 콘센트에 꽂아 둔 채로요. 서랍을 뒤져 예전 충전기를 꽂아 봐도 스무 분을 달려도 배터리는 거의 그대로이고, 뒷좌석에서는 누가 자기 폰을 달라고 하고, 시거잭은 이미 블랙박스 전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반복되면 폰 배터리를 탓하게 되지만, 집에서는 멀쩡하던 폰이 차에서만 느리다면 먼저 살펴볼 곳이 따로 있습니다. 꽂은 포트가 어떤 규격인지, 총출력이 포트 몇 개에 어떻게 나뉘는지, 케이블이 아예 차 안에 있는지 없는지, 시거잭 자체가 남아 있기는 한지입니다. 이 네 가지가 다르면 같은 폰도 차 안에서는 다른 속도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시거잭 충전기를 고를 때는 이름에 붙은 W 숫자부터 세지 말고, 우리 차에서 누가 어디에 무엇을 꽂을지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입니다. 케이블 없이 다니는 집 차량, 블랙박스와 내비가 시거잭을 나눠 가진 차, 뒷좌석까지 채워야 하는 차, 노트북까지 들고 다니는 차는 정답이 각각 다릅니다. 어떤 기준이 후보를 가르는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고르기 전에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출력은 합계가 아니라 배분입니다 — 포트 하나에 얼마가 오는지 보세요
제품 이름에 붙는 100W, 102W, 75W, 51W는 포트 전체를 합한 숫자입니다. 포트를 나눠 쓰면 이 값도 나뉘고, 폰 한 대를 꽂았을 때 속도를 정하는 건 포트 하나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입니다. 컴스 SD151은 다섯 포트 합계 102W에 포트 하나당 최대 33W로, 갤럭시나 아이폰을 한 대씩 채우는 속도는 이 정도면 이미 부족하지 않습니다. 신지모루도 합계 51W에 포트 하나 최대 33W라 두 대를 나눠 쓰기 좋은 배분입니다. 반대로 차에서 노트북을 충전할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벨킨은 최대 75W 중 단일 기기에 최대 60W를 내보낼 수 있어 노트북 대부분을 충전할 수 있다고 공식 사양에 표기하고 있습니다. 폰 몇 대를 어느 속도로 채울지, 노트북까지 볼지를 먼저 정하면 어느 값의 충전기가 맞는지 숫자가 알려 줍니다.
케이블을 차 안에 두고 다닐 것인가, 내 케이블을 쓸 것인가
포트만 있는 충전기는 아무리 출력이 좋아도 케이블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집에서 쓰던 케이블을 매번 오가며 챙기다 잊어버린 경험이 있다면, 아예 몸체에 감기는 케이블이 붙은 제품이 답에 가깝습니다. BuddhiGear는 C타입 릴 케이블 두 개가 몸 안에 들어 있어 필요한 만큼만 당겨 쓰고 다 쓰면 밀어 넣으면 됩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각자 한 줄씩 쓰기 좋은 구성입니다. 벨킨은 75cm 오토릴 USB-C 케이블 하나가 몸체에 내장돼 있고 본체에는 USB-C와 USB-A 포트가 더 있어, 케이블을 따로 챙기지 않고도 최대 세 대를 동시에 충전합니다. 반대로 선의 재질과 길이를 직접 골라 쓰는 분이라면 포트만 다섯 개인 컴스에 내 케이블을 꽂는 쪽이 차 안이 오히려 깔끔합니다.
시거잭이 이미 꽉 찬 차라면 충전기가 아니라 소켓 문제입니다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차량용 청소기, 캠핑용 냉온장고처럼 시거잭 플러그 자체를 꽂아야 하는 기기가 있는 차는 충전 포트 수만 늘려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럴 때 보는 게 멀티소켓 타입입니다. 아림은 시거잭 하나를 소켓 세 개와 USB 충전 포트 다섯 개로 늘려 줍니다. 소켓마다 스위치가 달려 있어 쓰지 않는 자리는 끄고 다닐 수 있고, 볼트게이지가 실시간 전압을 보여 줘서 배터리가 눈에 띄게 내려가는 날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켓에 꽂는 기기는 각자 소비 전력이 있으니, 제품에 표기된 출력과 쓰려는 기기의 소비 전력을 맞춰 보고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규격이 맞아야 속도가 나옵니다 — PD·PPS·QC와 12V·24V
아이폰의 고속 충전은 USB-PD, 갤럭시의 빠른 충전은 PPS 규격과 맞물립니다. 충전기가 이 규격을 받아주지 않으면 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보다 한참 느리게 들어갑니다. 컴스와 신지모루는 USB-PD·PPS·QC 3.0을 모두 표기했고, 아림도 C타입 포트에 PD와 PPS를 함께 넣었습니다. 벨킨은 공식 사양에서 CarPlay와 Android Auto 지원을 명시하고 있어 케이블 연결형 카플레이를 쓰는 차라면 확인할 것이 하나 줄어듭니다. 차종도 함께 보세요. 승용차는 12V, 트럭이나 화물차는 24V를 쓰는데, 컴스 SD151과 신지모루 CCR_1PD는 12-24V 공용으로 표기돼 있어 두 종류 차에서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매일 만지는 자리라서 사소한 차이가 오래갑니다
시거잭 자리는 하루에도 몇 번 손이 가는 곳이라 출력 숫자에 없는 차이가 의외로 오래 남습니다. BuddhiGear는 LED 전압 표시로 시동을 걸 때마다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무드등이 있어 밤에 포트를 찾기 쉽습니다. 몸체가 알루미늄에 180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시거잭이 컵홀더 쪽 구석에 불편하게 놓인 차에서도 각도를 돌려 쓸 수 있습니다. 벨킨은 연결된 기기에 맞춰 전력을 자동으로 배분하고, 2년 제품 보증에 연결된 기기까지 보상해 주는 연결 장비 보증을 함께 제공합니다. 하나를 몇 년 쓸 생각이라면 이런 부분의 무게도 후보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