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다 먹고도 입이 심심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도로 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키위가 한 개 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반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파 먹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사려고 목록을 펼치면 낯선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다 제스프리인데 어떤 건 8,400원이고 어떤 건 33,510원이니, 비싼 만큼 더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양이 많은 건지부터 헷갈립니다. 게다가 골드, 그린, 특대, 왕점보, 대과, 특과, 소과까지 늘어서 있으면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사실 이 이름들은 서로 다른 질문 세 개가 한 줄에 섞여 있는 것입니다. 우리 집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한 개가 얼마나 커야 하는지, 그리고 며칠에 걸쳐 얼마나 먹을지. 여기에 키위가 후숙 과일이라는 사실, 오늘 단단하게 도착한 과가 며칠 뒤 가장 달콤한 상태가 된다는 것까지 함께 알면 다섯 박스는 훨씬 읽기 쉬워집니다. 이 글에서 그 세 가지 질문으로 다섯 후보를 차례로 나눠 보겠습니다.
고르기 전에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골드와 그린, 같은 과일로 묶지 않기
제스프리 안에서도 두 키위는 껍질부터 다릅니다. 썬골드키위는 털이 없고 금빛 갈색을 띠는데 반으로 자르면 노란 과육에 심과 씨가 적고, 열대과일을 연상시키는 달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그린키위는 껍질에 갈색 털이 있고 과육은 초록인데, 새콤달콤하면서 상큼한 끝맛이 살아 있습니다. 제스프리 설명에서는 식이섬유는 그린이 더 많고 비타민C는 썬골드가 더 많다고 소개합니다. 후식 자리에 부드러운 단맛을 올리고 싶은 집, 아이가 시큼함을 싫어하는 집이라면 골드 쪽이고, 상큼하게 한 조각 깎아 올리는 맛을 좋아하는 집이라면 그린 쪽입니다. 이 선택이 먼저이고 박스 크기는 그다음입니다.
특대·왕점보·대과·특과·소과, 이름 대신 무게로 읽기
크기를 뜻하는 이름은 판매 조건마다 붙는 구분이라 같은 이름이라도 실제 크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보려면 총 중량을 입 수로 나눠 보면 됩니다. 3kg에 23~28입이면 개당 107~130g, 2kg에 17~18과면 개당 111~118g, 450g에 5과면 개당 90g 안팎입니다. 개당 무게가 직접 적힌 표기는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왕점보는 150~170g 내외, 특과는 125g 내외입니다. 같은 1kg이라도 개당 크기에 따라 과수가 달라져서, 150g 넘는 큰 과가 들어가면 여섯에서 일곱 과 안팎이고 125g 내외면 여덟 과 안팎이 됩니다. 박스 값을 볼 때도 이 과수를 함께 봐야 한 개 값이 보입니다.
딱딱하게 도착하는 건 망친 게 아닙니다
키위는 후숙 과일이라 단단한 상태로 오는 것이 보통이고, 그 단단함이 맛의 끝이 아닙니다. 제스프리 안내 기준으로는 산 뒤 서늘한 곳에서 1~2일 두었다가 손끝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고 살짝 말랑한 느낌이 오면 가장 잘 익은 상태입니다. 더 빨리 익히고 싶다면 잘 익은 사과나 바나나와 함께 종이봉투에 담아 실온에 두면 됩니다. 다 익은 키위는 냉장 보관이 좋고, 익은 상태로 냉장하면 그린은 약 1주, 썬골드는 약 2주 정도 좋은 상태로 둘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과일과 직접 닿지 않게 두는 것도 잊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차이는 큰 박스를 살지 작게 살지를 정할 때 실제로 힘을 씁니다.
박스 크기는 며칠 먹을지로 정하기
3kg 박스는 스물서너 개 남짓 들어 있으니 여럿이 나눠 며칠에 걸쳐 먹는 양이고, 2kg은 열일곱에서 열여덟 과, 1kg은 크기에 따라 여섯 과에서 여덟 과 안팎입니다. 450g 소과 박스는 다섯 과들이라 아이 간식 몇 번, 혹은 처음 맛을 떠보는 분량입니다. 후식으로 하루 한 개씩 꺼내 먹는 집이라면 3kg이나 2kg이 어울리고, 이틀에 한 개 정도라면 1kg이나 소과가 남겨 두기 편합니다. 값만 보고 큰 박스를 정했다가 끝까지 못 먹는 양이 생기지 않도록 아깝지 않은 크기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값은 표시 가격보다 kg당으로 비교하기
박스값만 나란히 보면 큰 박스가 무조건 비싸 보이지만, kg당으로 나누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33,510원짜리 3kg은 kg당 11,170원이고, 14,900원짜리 골드 1kg은 kg당 14,900원입니다. 골드끼리만 놓고 보면 큰 박스가 알뜰한 쪽입니다. 16,900원짜리 그린 대과 2kg은 kg당 8,450원으로 다섯 후보 중 가장 낮고, 그다음은 골드 3kg(11,170원), 그린 특과 1kg(12,900원), 골드 1kg(14,900원) 순이며, 8,400원짜리 소과 450g은 kg당 18,600원이 넘어 표시 가격은 가장 낮아도 분량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편입니다. 다만 골드와 그린, 큰 과와 작은 과는 다른 조건이므로 싸다는 이유만으로 한 줄에 세워 결정하기보다, 먼저 정한 맛과 크기 안에서 kg당 값을 보는 게 순서입니다.